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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_ Mamylle

안 그렇게 생겨서 말이지.

아이자와 쇼타가 눈 앞의 어린 계집아이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노려보았다기보다는 그저 바라본 것이지만, 눈매가 사나운 탓에 그리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계집아이는 그것마저 닮았네요라며 헛웃음을 짓곤 했다. 좋다는 것인지 싫다는 것인지 아이자와 쇼타는 알지 못했지만, 글쎄다, 아마 알아내려 노력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 생각한 탓일 게다. 연인 사이라도 작은 비밀-혹은 오해, 또는 그 비슷한 무엇- 쯤은 두어서 나쁠 것이 없으니.

연인. 그래. 연인이다. 코바야시 마야라는 이름의 열일곱짜리 계집아이는, 놀랍게도, 서른줄에 들어선 이 빌어먹을 아저씨-코바야시가 저를 가끔씩 부르는 호칭이렷다-의 연인인 것이다. 커스터드 크림을 조그만 빵 위에 듬뿍 올리곤 자그만 입을 쩌억 벌리는 모습에 아이자와 쇼타의 입가에서 작은 한숨이 새었다. 단 것이 들어간 탓에 조금은 사근사근해진 눈매가 금세 아이자와 쇼타를 향했다. 복 달아나게, 우물거리느라 정확히 듣진 못했지만 아마 그런 말이었던 것 같다. 아이자와 쇼타가 냅킨을 뽑아 코바야시 마야의 입꼬리를 닦아주었다. 내가 데이트를 하는 거냐, 애를 보는 거냐. 아이자와 쇼타의 말에 코바야시 마야가 발간 혀를 슬 내밀었다. 둘 다요. 저걸 그냥 확.

"네 개성. 괴력이 아니라 개미인 거 아니냐."

"진딧물 똥꼬는 안 빠는데요."

아이자와 쇼타의 자조적인 물음에 코바야시 마야가 냉큼 답하고는 커스터드 크림을 얹은 빵-이건 그냥 빵조각이 들어간 커스터드 크림 덩어리다-을 한 조각 더 씹어삼켰다. 열일곱 여고생이 진딧물 똥꼬랜다, 아이자와 쇼타는 말문이 그냥 막혀버렸다. 제가 프로 히어로라는 걸 알고 난 후에도 꾸준히 빌어먹을 아저씨라고 불러댈 때부터 평범한 녀석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만, 이 무슨. 아이자와 쇼타는 제가 코바야시 마야의 연인인지 삼촌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다짐했다.

"이게 그거인 셈이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코바야시 마야가 눈을 치켜떴다. 아, 이건 미스였나. 하긴 누가 자기 먹는 것더러 배설물이라 하는데 기분이 좋겠는가. 아이자와 쇼타가 머리를 굴리며 변명-포장-을 뱉어냈다. 난 순전히 단 맛만 가지고 빗댄 거다, 네가 단 걸 끝도 없이 먹어대기에 말이지. 개미랑 비슷하잖냐, 그건. 코바야시 마야가 달그락, 포크를 내려놓았다. 아, 이런. 단단히 골이 난 모양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자와 쇼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시선이 집중되니까- 별 수 있나. 아이자와 쇼타가 빵 덩어리를 작게 썰었다. 자, 아 해라.

"저는 그거, 안 먹어요."

분명 코바야시 마야가 말한 '그거'라는 지시어는 눈 앞의 빵이 아닌 진딧물 배설물이겠지. 허나 미안하다는 말이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사과할 일을 만들고 다닌 적이 없으니 사과를 해본 적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 익숙지 않은 탓이기도 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잔뜩 골이 나 퉁퉁 부은 코바야시 마야의 얼굴이 퍽 우습기 때문이리라. 아이자와 쇼타가 답지 않게 말끝을 늘인다. 자, 아-. 뺨을 뿌욱 부풀리고 팔짱을 낀 채 아이자와 쇼타를 노려보던-이건 확실히 노려본 거다- 코바야시 마야가 결국 입을 벌렸다. 오물오물, 꿀꺽. 목넘김까지 확인하고서야 아이자와 쇼타가 다물린 입술 새로 웃음을 흘린다.

"뭐예요?"

금세 날아온 날선 질문에 아이자와 쇼타가 고개를 작게 저었다.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아니긴, 빌어먹을 아저씨 주제에."

아이자와 쇼타가 눈을 크게 끔뻑였다. 아, 그런가. ……그런가. 아이자와 쇼타의 입가가 허물어졌다. 아이자와 쇼타가 코바야시 마야의 손을 끌어당겨 그 위에 가볍게 입술을 대고 눌렀다. 뭐, 뭐예요, 코바야시 마야가 깜짝 놀라 손을 잡아 뺀다, 아이자와 쇼타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중얼거린다.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구만, 코바야시. 코바야시 마야는 방금 전의 아이자와 쇼타처럼 눈을 깜빡인다. 이 아저씨가 이런 얼굴로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아닌데. 혹시 아까 전에 마셨던 게 실은 주스가 아니라 위스키였다던지. 아니면 이게 정말 꿈이라던지. 코바야시 마야가 눈썹 사이를 좁혔다. 아니면 변장이 특기인 빌런이 이 아저씨로 변장해서 일부러 나를……. 이건 좀 아닌가. 코바야시 마야의 표정을 본 아이자와 쇼타가 한숨을 쉬었다.

"나 맞다."

"아야."

코바야시 마야가 양손으로 이마를 꾹 눌렀다. 저 망할 아저씨가 진짜. 어째서 아이자와 쇼타와 데이트를 할 때면 매일 놀림을 받는 건지. 물론 계란 한 판이나 나이를 처드신 아저씨께는 열일곱 따위는 어리디 어린 꼬꼬마로 보이시겠지만. 그래도 연인 관계인 것이다, 아무리 나이차가 난다고 해도 대등한 입장에 서고 싶은 것이다. 안 되는 걸까. 코바야시 마야가 고개를 푹 숙였다. 왜 사귀는 건데, 그럼. 물론 아이자와 쇼타가 제게 주는 애정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바야시 마야는 속상했다. 아저씨와 여고생이 아니라, 남교사와 여학생이 아니라-물론 제 학교 선생은 아니다만-. 사내와 계집으로써 마주보고 싶었다. 밤이라도 같이 지내야, 제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생각에 코바야시 마야가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미쳤지,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코바야시 마야의 푸른 머리통을 말없이 바라보던 아이자와 쇼타가 손을 들어 그 머리를 찬찬히 쓸었다. 달근한 샴푸향이 풍겼다. 대체 무슨 생각을 했길래 귀가 벌겋게 익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예뻐 죽겠네."

"네?!"

새된 소리를 빽 지른 코바야시 마야가 황급히 두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는다. 뭘 그리 놀라. 저보다 한참 어린 계집아이와 눈을 맞춘 아이자와 쇼타가 작게 물었다. 하나 더 먹을 거냐? 코바야시 마야가 찬찬히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아이자와 쇼타가 포크로 빵을 찍어 내밀었다. 아.

​……예뻐 죽겠다는데, 뭐…… 나이에 관한 문제는 내일 생각해도 되겠지.

with. 아이자와 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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