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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의 왕자님 _ 리나

단풍으로 예쁘게 물든 공원은 두 사람에게 언제나 최고의 휴식처였다. 산책을 좋아하는 류와 사진 찍는 게 취미인 후지에게 이보다 잘 어울리는 데이트 코스는 없었다. 게다가 오늘처럼 손에 든 소풍 도시락이 있다면 더더욱 그랬다.

소풍 도시락은 유미코의 솜씨였다. 나이차이가 좀 나는 남동생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이후로, 유미코의 관심은 언제나 그 여자친구를 향해 있었다. 어떤 꼬마 숙녀가 내 동생의 마음을 훔쳤을까, 뭐 그런 소리를 덧붙이며 유미코는 즐거운 듯 웃었다. 그리고는 곧잘 파이를 굽거나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원래도 취미로 베이킹을 하곤 했지만 최근에는 그 횟수가 늘어났다. 덕분에 후지는 오늘도 유미코가 싸준 소풍 도시락을 손에 쥐게 되었다.

“슈쨩, 저기!”

류의 작은 손가락이 붉은 색 고운 단풍을 드리운 나무 밑을 가리켰다. 평소에도 자주 자리 잡고 놀던 그 자리였다. 맞잡은 손이 후지를 끌어당기며 재촉했다. 통통 튀는 발걸음은 금방 목적지에 도달했다.

돗자리 하나를 펴는 것만으로 공원은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피크닉 장소로 변모했다. 카메라에 담기에 더없이 좋은 풍경이었다. 거기다 그 가운데 사랑스런 그녀의 미소까지 얹으면 후지의 베스트 컷이 완성되었다. 생긋 웃는 표정을 만족스럽게 담아내고, 후지도 돗자리 위에 자리 잡았다.

후지는 자연스럽게 소풍 도시락으로 챙겨온 바구니부터 열었다. 샌드위치가 예쁘게 담겨 있을 익숙한 도시락 통 외에 다른 작은 박스가 눈에 띄었다. 후지가 그 작은 박스를 들어 올리자 옆에 바짝 붙어 지켜보고 있던 류가 소리를 높였다.

“마카롱!”

“누나가 요즘엔 마카롱에 꽂혔거든.”

잘 구워진 마카롱 여섯 개가 작은 박스에 포장되어 있었다. 한 번 고정된 시선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고양이 같은 눈이 반짝거리는 게 귀여웠다. 때문에 후지는 샌드위치 대신 마카롱 박스를 먼저 열었다. 마카롱에서 단내가 풍겼다.

마카롱과 제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는 류가 어딘지 간식을 기다리는 반려묘 같단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후지는 자연스럽게 마카롱을 하나 류에게 건넸다. 받아들자마자 마카롱은 그녀의 입으로 옮겨갔다. 마카롱을 입에 잠시 물었다가 반절을 똑 깨무는 작은 입이 앙증맞았다. 살짝 볼록해진 볼이 금세 붉게 물드는 게 보였다.

“맛있어! 슈쨩도 먹어 봐.”

“누나 실력은 알아주니까.”

후후 웃으며 마카롱을 하나 꺼내는 사이, 류는 남은 반절도 입에 넣었다. 행복한 듯 배시시 웃어 보이는 게 귀여웠다. 그리고 동시에, 후지의 본성에도 깜빡 불이 들어왔다. 후지는 손에 든 마카롱을 먹는 대신, 다시 류에게로 넘겨주었다. 여전히 귀여운 미소를 머금고 마카롱을 입에 문 그녀가 그대로 멈춰서 후지를 바라보았다. 왜 먹지 않느냐고 눈으로 묻는 게 보였다. 후지는 쿡 웃고 그녀의 턱을 가볍게 붙잡았다.

놀라움으로 물든 눈동자가 조금씩 커졌다. 후지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류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후지는 살짝 손에 힘을 주는 걸로 그녀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류가 물고 있는 마카롱을 같이 물었다. 입술이 살짝 맞닿았다. 부드러운 마카롱은 후지의 이에 가볍게 뭉그러져 반절이 톡 입 안으로 떨어졌다. 눈을 감을 틈조차 주지 않고, 후지는 이 달달한 마카롱 키스를 끝냈다.

아까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류는 입을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후지는 연신 쿡쿡 웃으며 마카롱을 깨물었다. 달았다. 그에겐 조금 강한 단맛이었지만 썩 나쁘진 않았다. 아니, 좋았다. 자꾸만 미소를 머금게 만들 정도의 달달함이었다.

“응, 맛있네.”

“바…… 반칙! 반칙이야!”

후지의 한 마디에 겨우 정신을 차린 류가 작은 입을 오물거렸다. 얼른 마카롱을 삼키고서는 볼을 불룩하게 부풀린 그녀가 나름 화난 표정으로 후지를 쳐다보았다.

어느 점을 반칙이라고 하는 걸까. 말도 않고 마카롱을 반절 뺏어먹은 점? 아니면 대낮의 공원에서 아무렇지 않게 키스를 하는 점? 그것도 아니면 당황해서 새빨개진 자신을 보고 쿡쿡대며 웃고 있는 점? 아니, 역시 가볍게 스치기만 해서 애태운 점일까?

그 어느 것이래도 상관없었다. 그건 후지만이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이었으니까.

“음, 그럼 반칙이 아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외의 질문이었는지, 가뜩이나 큰 류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다 뚫어져라 내려다보듯 시선이 바닥을 향해 머물렀다. 골똘히 생각 중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번쩍 고개가 올라왔다. 붉은 얼굴이 아까보다도 더욱 빨개 보이는 건 착각인지 알 수 없었다.

류가 조금씩 거리를 좁혀 왔다. 다가오고, 다가오고, 다가와서 마침내 후지의 얼굴이 지척이었다. 후지가 빤히 쳐다보는 앞에서 류는 긴장한 듯 침을 한 번 삼켰다. 그리고는 입술을 맞춰왔다. 웃음이 날 것 같았지만, 후지는 대신 류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가벼운 프렌치키스를 짙은 딥키스로 만드는 것은 후지의 몫이었다.

쌔근쌔근 빨라지는 숨이 어느 정도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가 되어서야 후지는 류를 놓아주었다. 조심조심 눈을 뜬 류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어느 점이 반칙이었던 거야?”

“저, 전부 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반칙인 건?”

입술을 꾹 깨문 류가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지는 뻔했다. 후지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품으로 파고드는 류를 꼭 끌어안았다.

“스치기만 한 거.”

웅얼거리듯 작은 소리였지만 후지는 놓치지 않았다. 너무나도 예상 그대로인 그녀가 귀여워 연신 웃음이 났다. 참으로 달고 단 디저트타임이었다.

with. 후지 슈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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