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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악희 _ BB

“…저기, 츠키토 님?”

“네, 카스미 소우”

“이게 다 뭔지… 제가 물어봐도 될까요?”

 

츠키토님이 데려간 그 곳에는, 보기만 해도 입안이 달콤해지는 디저트들이 산더미 마냥 쌓여있었습니다.

 

“혹시, 마음에 안 드시는 겁니까?”

“네? 아뇨! 그럴 리가요! 그냥… 이렇게 많은 디저트가 모여 있는 건 처음 봤어요, 저”

“그렇습니까?”

“그럼요. 제가 어떻게 츠키토 님에게 거짓을 고하겠어요?”

 

제 말에 츠키토 님은 조금은 안심한 것 같은, 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혹시나 싶지만, 설마 이 모든 것은 저를 위해 준비한 걸까요. 그렇다면 전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버릴지도 모릅니다. 이 만들어진 학원에서는 정령들이란 그저 수를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하나의 배경일 뿐. 저 같은 꽃의 정령은, 사실 교실 안에 넘쳐흐르는데. 어떻게 고귀한 신인 츠키토 님이 저를 이렇게 신경 써 주시게 된 걸까요. 유이 양은 모두 제가 츠키토 님에게 상냥하게 대해줬으니 그걸 보답 받는 거라고 했지만, 사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당연히 신들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인데, 이걸 칭찬받아도 되는 걸까요?

 

“쿠사나기 유이에게 물어봤습니다. 보통 여자들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유이 양에게요…?”

“네. 그러니 보통 여자들은 단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준비했습니다. 카스미 소우는 단 걸 좋아합니까? 인간과 정령은 조금 다른가요?”

“그거야 조금 다르겠지만… 전 달콤한 걸 좋아하니, 걱정 마세요!”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아아, 뭘 걱정하셨나 했는데 설마 제 취향에 빗나간 선물이 아닐까 걱정한 거였다니. 그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츠키토 님이 주시는 거라면, 전 뭐든지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 있는데. 하물며 이런 아름다운 디저트들이 선물이라니. 제가 아니라 그 어떤 정령이라도 기뻐할 게 분명하다는 걸 어째서 츠키토 님 본인만 모르시는 걸까요.

 

“일단 앉을까요. 어떤 걸 좋아할지 몰라 최대한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만, 저는 디저트에 대한 건 잘 몰라서 무엇부터 권해야 좋을지 모르겠군요”

“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츠키토 님과 나란히 테이블 앞에 앉은 저는 포크를 가져가기도 아까운 디저트들을 훑어보았습니다. 설탕물로 광을 낸 딸기가 올려 진 조각 케이크, 금방이라도 녹아 흘러내릴 것 같은 짙은 초콜릿 향을 풍기는 초코케이크, 색색의 마카롱은 모두 다른 맛으로 보였고, 어떻게 녹지 않는 건지 알 수 없는 파르페는 깊은 바닐라 향이 풍기고 있다니. 혹시 천국이 있다면, 그건 여기가 아닐까요. 디저트들은 하나하나 모두 훌륭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 제일 놀라운 것들은 그 디저트가 한 테이블에 모두 모여 있다는 것이겠죠. 그야말로, 신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디저트 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는 어떤 게 좋습니까? 쿠사나기 유이는 홍차를 추천했습니다만, 혹시 몰라 녹차도 준비했습니다”

“츠키토 님은 어떤 게 좋으신가요? 저는 츠키토 님이 마시고 싶은 차로 고르고 싶어요”

“저는 어떤 것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이 테이블은 당신을 위한 거니까, 고르는 건 제가 아니라 카스미 소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확실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제가 선택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화려한 티파티는 츠키토 님이 저를 위해 선물해 준 것이니, 제가 기쁘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선물 한 츠키토 님에게 실례가 되는 걸 테니까요. 가끔 전 이렇게 츠키토 님이 너무나도 좋아서 실수를 해 버리곤 하지만, 역시 제가 츠키토 님을 진정으로 생각 한다면 감정만 앞세워서는 안 될 일이겠죠. 화무십일홍. 그 어떤 아름다운 꽃도 10일이면 질리는데, 애정이라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요.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애정 보다는, 천천히 피어 오래 가는 꽃 같은 애정이 더 가치있는 것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걸 알게 해 준 것은, 모두 츠키토 님이지만요.

 

‘신기한, 일이네요’

 

저는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분명 처음 제가 츠키토 님과 가까워지게 된 건, 인간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그분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는데. 어느새 제가 츠키토 님에게 감정에 대한 걸 배우게 되다니.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성장한다. 이것 또한, 사랑이겠죠.

 

“왜 웃는 겁니까? 카스미 소우”

“네? 아, 기뻐서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츠키토 님”

“기뻐해 준다면 다행입니다. 그럼, 어떤 것부터 먹을겁니까?”

“으음…”

 

결국 이것도 저것도 다 먹어버리겠지만, 늘 첫 번째를 고르라고 하면 망설이게 되어버리는 건 왜일까요. 첫 번째. 시작. 처음이라는 것의 무게는 왜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지만, 저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 테이블을 마련해 준 츠키토 님을 위해서.

 

“이걸로, 결정했어요”

 

제가 고른 것은 부드러워서 조금만 흔들어도 탄력있게 흔들리는 커스터드 푸딩이었습니다. 역시 다른 것도 좋지만, 살살 녹는 푸딩을 빼놓을 수는 없겠죠. 은으로 만든 자그마한 디저트 용 스푼으로 푸딩을 살짝 뜬 저는, 제 입에 그것을 가져가려다가 츠키토 님 쪽으로 수저를 돌렸습니다.

 

“츠키토 님, 먼저 한 입 드셔보겠어요?”

“제가 말입니까?”

“네. 츠키토 님은 디저트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셨으니, 먼저 드셔봐 주셨으면 해요. 제가 고른 이 디저트가, 푸딩이 어떤 맛인지. 어떤 식감을 가졌는지. 드셔보시고, 저랑 마음에 담긴 이야기를 나눠주셨으면 해요”

 

같은 것을 좋아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역시 상대방도 그걸 체험해 보는 게 중요한 법. 저는 조금은 고집을 부리 듯 푸딩을 권했고, 츠키토 님은 잠깐 망설이시다가 푸딩을 입에 무셨습니다.

 

“…어때요?”

“아주 답니다”

“그런가요?”

“네. 맛있습니다. 카스미 소우”

 

푸딩의 달콤한 향이 깃든 말은 너무나도 달콤했습니다.

물론, 그 말을 내뱉는 츠키토 님의 미소가 더 달콤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지만요.

with. 토츠카 츠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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