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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_ 섀피

*bl드림입니다.*

 

 

 

“이와쨩 아직도 나오쨩이랑 연락해?”

“저번에 같이 하교한 거 잊었냐?”

“아니, 하교하는 거 말고 개인적으로. 오이카와 상은 나오쨩이랑 마카롱 만들러 가기로 했지!”

이와이즈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오이카와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 이와이즈미의 시선에 오이카와는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였지만 이와이즈미가 아무 반응도 없자 금세 그만 두었다.

“나오쨩이 먼저 가자고 했다구. 아~ 나오쨩이 너무 오이카와상 좋아하는 거 아냐?”

“시끄러워. 떠들 기운 있으면 연습이나 더 해.”

퉁명스럽게 말하며 먼저 일어나서 코트로 향하는 이와이즈미를 보며 오이카와는 흐흥-, 하며 콧소리를 냈다. 마츠카와와 하나마키가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자 오이카와는 비밀이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진짜 미안 이와쨩.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못 가게 됐으니까 이와쨩이 대신 부탁해! 나오쨩한테는 이미 그렇게 말해뒀다고!”

오이카와가 모리사와와 마카롱인지를 만들러 갈 날이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며 신나던 게 어제였을 텐데. 이와이즈미는 처음엔 자신도 일이 있다면서 거절했지만 오이카와의 부탁이라는 명목의 사람 속 긁으며 귀찮게 굴기에 어쩔 수 없이 대신 가주겠다고 했다. 아무리 귀찮게 굴어도 가겠다고 하면 안 됐었어. 이와이즈미는 옷장에서 옷을 고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모리사와를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모리사와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부터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모리사와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걸 뻔히 아는데 어떻게 전처럼 같이 웃을 수가 있겠는가. 이와이즈미는 그걸 알면서도 자신을 불러내는 오이카와를 할 수만 있다면 멱살을 잡아 바닥으로 내리꽂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리사와에게 거절의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핑계로 만나고 싶기도 하고.

 

 

 

 

 

“이와이즈미 상은 마카롱 만들어 보셨어?”

“말투는 안 고칠 거야? 나 매번 진심으로 말하는 거라니까.”

“에, 제 말투가 어디가 어때서? 그보다 만들어 보신 적 있냐니까.”

“아마 없을걸.”

평소 같으면 더 재잘재잘 떠들 목소리가 도리어 잠잠해지자 이와이즈미는 모리사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들려고 했다. 그 순간 이와이즈미의 눈앞으로 뚱한 표정의 얼굴이 들이 밀어졌다. 이와이즈미는 무의식적으로 손이 나갈 뻔한 것을 간신히 참고 얼굴을 뒤로했다. 찬찬히 뜯어보니 꽤 잘생긴 얼굴이었다. 뚱한 표정으로 눈만 크게 깜박거리는 행동은 귀엽기까지 했다. 이와이즈미는 제 마음을 들킨 것만 같아 모리사와의 얼굴을 약하게 밀어내고 앞서 걸었다. 뒤에서 모리사와가 ‘이와이즈미 상 왜 먼저 가셔!’라고 하는 것이 들렸지만 들리지 않는 척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심장은 발걸음보다 더 빠르고 크게 두근거렸다.

 

 

 

 

 

마카롱을 만드는 도중에도 이와이즈미는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모리사와의 얼굴을 한 번 또 손을 한 번 쳐다보기 바빴다. 모리사와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카로나주 하기에 집중했다. 모리사와가 마카롱 반죽을 판에 짜는 동안에도 이와이즈미는 머랭조차 만들지 못한 상태였다. 이와이즈미에게 속도를 내보라는 직원의 말에야 모리사와는 이와이즈미를 돌아봤다. 반죽이 묻은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는지 코와 볼에 반죽이 묻어있었다. 닦아줘야겠다고 생각하자 다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강한 연습을 한 후의 두근거림과는 확연히 차원이 달랐다. 이와이즈미는 느릿느릿 휘핑기를 집었다.

“이와이즈미 상 너무 느리신 거 아냐?”

모리사와는 이와이즈미의 손에 들린 휘핑기를 뺏어 들고 대신 머랭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와이즈미는 도로 뺏을까 생각하다가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리사와를 보고 관두었다. 오랜만에 보는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모리사와 자체가 오랜만에 보는 상대이기도 했고, 모리사와는 왠지 하교할 때만큼은 말이 많지 않았다. 직원이 모리사와에게 물티슈를 가져다주려고 하자 이와이즈미는 직원을 제지했다. 그대로 있는 게 더 귀엽기도 했지만, 직접 닦아주고 싶었기 때문도 있었다. 모리사와는 그것도 모르는 채 이와이즈미에게 점점 마카롱의 모습을 찾아가는 반죽을 들떠서 자랑했다.

“어때? 제가 훨씬 더 낫지?”

“말투 좀 고쳐보라니까.”

이와이즈미는 살갑게 웃으며 물티슈를 뽑아 들며 모리사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모리사와의 입에서 아, 하는 작은 탄성이 터지더니 이와이즈미의 팔을 살며시 얼굴에서 치웠다. 모리사와는 얼굴이 빨개져서 제대로 이와이즈미를 쳐다보지 못했다. 이와이즈미는 자신의 얼굴도 달아오를 것 같아 가나슈를 만들자며 화제를 돌렸다. 모리사와는 몇 초 정도 바닥만 보고 있더니 ‘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모리사와는 금세 가나슈 만들기에 열중했지만 이와이즈미는 그렇지 못했다. 그 대신 모리사와의 조금 전 표정을 뭐였을까 고민하는 데에 열중했다. 결국, 이번에도 모리사와가 가나슈 만들기를 끝낼 때까지 이와이즈미는 반도 끝내지 못한 상태였다.

“이와이즈미 상, 사실 잘하시는 데 제가 해주길 바라고 안 하시는 거지?”

“그렇다면?”

“제가 해줘야지 뭐~.”

모리사와는 사람 좋게 웃으며 이와이즈미 앞에 놓인 그릇을 자신의 앞으로 가져갔다. 아까 얼굴을 닦아준 보람도 없이 모리사와의 얼굴에 이번에는 가나슈가 묻어있었다. 모리사와는 운동을 오랫동안 해서 키가 작고 마르긴 했어도 다부지고 힘 있어 보이지만 어딘가 아직 아이 티가 남아있다. 아직 벗겨지지 못한 아이 티와 마카롱 만들기는 최고의 궁합이었다. 이와이즈미는 마카롱이 다 구워져 가나슈를 마카롱에 짤 때까지 모리사와를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다 만들고 나서 사진을 찍으려는 모리사와의 얼굴을 닦으려고 물티슈를 뽑았다.

“제가 할 수 있다구. 이와이즈미 상은 절 너무 애 취급 하시는 거 같아.”

모리사와는 이와이즈미 손에 들린 물티슈를 낚아채 스스로 얼굴을 닦았다. 이와이즈미는 멋쩍게 웃으며 다 만들어진 마카롱을 집었다. 하지만 이 역시 모리사와가 낚아챘다.

“제가 다 만들었으니까 이와이즈미 상은 먹을 가치가 없으시잖아. 아시지? 다 제 거야.”

“아아, 그래. 혼자 다 먹어도 괜찮아. 애초에….“

“아, 진짜 너무하신다.”

“다 네 거라고 먼저 말한 게 누군데.”

모리사와는 ‘나 화났어요.’ 표정을 하고 이와이즈미를 쳐다봤다. 이와이즈미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 멋쩍게 웃다가 입 모양으로 ‘왜 그래?’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리사와는 미간만 살짝 찌푸릴 뿐이었다. 이와이즈미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리사와도 이와이즈미를 따라 일어섰지만, 바닥만 바라보며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갔다. 결국, 이와이즈미가 모리사와의 팔을 끌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안녕히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인사하는 밝은 목소리에 이와이즈미도 웃으며 답했지만, 모리사와는 여전히 찌푸린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뭐야. 왜 삐친 거야?”

“이와이즈미 상, 잠깐 눈 좀 감아 봐요.”

의문이 들었지만, 중학교 때 이후로 들은 적 없는 경어와 진지한 표정, 그리고 차분한 말투에 이와이즈미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두근거렸다. 두근거리기는 모리사와도 마찬가지였다. 왜냐고 묻지도 않고 얌전히 눈을 감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와이즈미의 모습은 모리사와에게 일종의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몰래 닿고 싶다든가 계속 간직하고 싶다든가.

“입 벌려요.”

이와이즈미의 입술에 무언가가 닿았다. 모리사와의 입을 벌리라는 말에 입을 벌리자 그것이 입안으로 쑥 들어왔다. 자기도 모르게 눈을 뜬 이와이즈미의 앞에 약간 상기된 듯한 얼굴의 모리사와가 보였다.

“아! 왜 벌써 눈 뜨셔!”

모리사와는 급하게 말했는지 처음으로 삑사리를 냈다. 이와이즈미는 부끄러워하는 모리사와가 귀엽다는 듯 한껏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모리사와는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뚱한 표정을 지으며 이와이즈미의 손에 마카롱 봉지를 쥐여주고 지나쳐 앞서갔다. 이와이즈미가 모리사와의 이름을 불렀지만 ‘안녕히 가!’라고 소리치고 뛰어가다시피 갔다. 이와이즈미는 모리사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손에 들린 마카롱으로 시선을 옮겼다. 마카롱 봉지 안쪽에 하얀 종이가 들어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실소를 터뜨리며 모리사와가 사라진 방향을 다시 한 번 보았다.

 

 

 

 

 

“토오루 상 일부러 그러셨지?”

“뭐가?”

“마카롱 말이야.”

오이카와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뭐가? 뭐가? 하며 계속 되물었다. 모리사와는 그런 오이카와의 입에 손에 들려있던 마카롱을 쑤셔 넣었다. 오이카와는 갑자기 입에 들어온 마카롱을 맛있다는 듯 우물거렸다.

“자, 이거 줬으니까 이제 말 해봐. 일부러 그러셨잖아.”

“왜, 나오쨩, 그러면 안 돼?”

“아니, 감사하다고. 진짜야.”

모리사와는 마카롱 봉지에서 새 마카롱을 꺼내 혀 위에 안착시키고는 천천히 오물거렸다. 오이카와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모리사와를 계속 쳐다보았다. 모리사와가 시선을 눈치채고 오이카와를 쳐다봐 눈이 마주치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이와쨩에게 준 쪽지에는 뭐라고 적혀있었던 거야?”

“음.......”

모리사와는 잠깐 고민하더니 오이카와의 입에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붙이고는 비밀이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문득 ‘이제야 뭔가 나오쨩답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오이카와 상이 알면 안 돼는 거야?”

“이와이즈미 상이 말하지 않으셨다면 저도 안 된다구.”

“아, 오이카와 상에게 비밀이 있다니 너무해! 우리가 이런 사이야?”

“응.”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단호하게 말한 모리사와에게 오이카와는 진짜 삐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모리사와가 아무 반응이 없자 너무하다고 반복해 말하며 모리사와의 머리카락 속에 손을 묻고 마구 흩뜨렸다.

“그래도 비밀이셔.”

“아~ 진짜 너무하다~.”

 

 

 

 

 

[다음엔 정식으로 만나요.]

with. 이와이즈미 하지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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