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왕자님 _ 향비파
* 노래의 왕자님 All Star 미카제 아이 루트 네타 있습니다.
* 아이비파 웨딩북 초반 네타 있습니다.
두 사람은 디저트 카페에 왔다. 목적은 단 하나, 마린젤리. 6개월 전 아이가 라보에서 잠들기 전에 같이 가기로 했던 곳이었다. 비파는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간판은 가게로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에 걸려 있었는데 민트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가게 이름이 적혀 있었다. 카페는 보통 일반 카페와는 달리 일반 주택을 개조하여 만들었다. 대문 안으로 돌이 깔린 마당이 있었다. 건물은 전면을 긴 유리창으로 바꿔두었고 좌석은 총 10개였다. 겨울이기 때문에 야외에는 테이블이 없었다. 유리창 너머로 간판이 보였다. 두 사람이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히터로 인한 온기가 피부에 닿았다. 점원이 인사를 건넸다. 비파도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자리는 카페 안쪽으로 잡고 앉자마자 점원이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
“어떤 걸 먹을래요?” “마린젤리 가 목적이잖아?” “음료는 딱히 안 끌려요?” “마린젤리 만으로도 충분해. 비파는?” “그럼 전 간단하게 핫초코를 시킬까요.” 점원이 금방 가져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카운터 쪽으로 갔다. 비파는 그 모습을 잠깐 보다가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었다. 아이도 외투를 벗기는 했지만 모자를 벗지는 않았다. 안경을 쓰고 있긴 했지만 지금 누군가가 그를 알아본다면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터였다. 비파는 모자를 잘 고쳐 쓰는 그를 보았다.
“그 모자, 못 보던 것 같은데 새로 산 것인가요?” “응, 오늘 오전에 모자 광고 화보 촬영이 있었거든. 그대로 쓰고 가도 된다고 해서 쓰고 왔어.” “잘 어울리네요.” “그래?” “네, 멋있어요.” “다행이네. 비파에게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 멋있는 존재로 있고 싶거든.”
“진작에 그랬는데요? 한 1년 반개월 됐나? 그보다 전에 말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비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자 아이가 눈을 몇 번 깜박였다. 그 모습을 보고 비파는 깨달은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아, 내가 말 안 했었나요?” “멋있다는 말은 3번 했지만 그 기간이 그렇게 오래 됐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미안해요. 전에 얘기한 줄 알았네요.”
“비파.” “미안해요.” 아이가 눈을 가늘게 뜨자 비파가 웃었다. 아이가 민망함을 감추기 위한 웃음을 보고 한숨을 살짝 뱉었다. 고개를 조금 숙인 그와 눈을 마주하기 위해서 비파가 몸을 살짝 낮추었다. 마주한 물빛 눈동자는 투명하게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앞으로는 더욱 자주 말해줄게요.” “신용할 수 없어.” “왜요?” “비파가 그동안 그렇게 말하고 지키지 않은 적이 몇 번이라고 생각해?” 비파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듯 시선을 위로 올렸다. 속으로 횟수를 세어보다가 결국 시선은 옆으로 넘어갔다. 아이가 다시 한숨을 뱉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길었다. 비파는 다시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반드시 지킬게요.” “어떤 걸 근거로 믿으면 되는 거야?” “음, 이런 건 어때요?” 비파가 아이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대로 잡아당겨서 손등이 보이도록 고쳐 잡았다. 하얀 손은 매끄러운 그의 피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비파는 살짝 웃으며 그 위에 입을 맞췄다.
“이걸 약속의 증거로 삼죠.” “…이런 건 내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번만은 증표처럼 생각해요.” “좋아. 인정할게. 대신.”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 비파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 말만이 아니라 비파가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말해줘. 고민 같은 것도 그렇고 그 날 있었던 일, 먹었던 음식, 그런 걸 접하고 느낀 것까지.” “좋아요. 대신 아이도 말해줘요?” “좋아. 그럼 당장 오늘부터 할까?” “집에 가자마자 바로 시작해요. 지금은 마린젤리부터 먹고요.”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점원이 가져온 마린젤리 옆에는 작은 스푼이 두 개 놓여있었다. 마린젤리는 둥그런 푸딩 안에 불가사리 모양 설탕과자와 조개 모양 설탕과자가 들어 있었다. 비파가 스푼을 들어서 먹으려고 하다가 그가 스푼을 들지 않는 것을 보았다.
“왜 그래요?” “이거, 불가사리랑 조개는 빼야 하는 거야?” “네?” 비파는 눈을 몇 번 깜박였다. 아이는 마린젤리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눈이 신기한 것을 보듯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비파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왜 웃어?” “그 불가사리랑 조개는 설탕과자예요.” “안에 일부러 데코를 위에 넣어둔 거야?” “그런 거죠. 그러니까 아무 걱정 말고 그냥 스푼으로 떠서 먹으면 돼요.” 비파가 웃으며 다시 스푼을 들었다. 물빛의 젤리는 푸딩과도 같은 식감이었다. 조금 상큼한 맛이 나면서 달달함이 잘 조합이 되어 있었다. 비파가 먹는 모습을 유심히 보던 아이도 드디어 스푼을 들었다. 마치 새로운 것을 접한 고양이처럼 스푼으로 툭툭 건드려보더니 곧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었다.
“어때요?” “맛있어.” “그렇죠?”
“인터넷에 나온 평가는 그대로였네.” “그렇다니까요.” 비파는 즐겁게 웃었다.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도 웃음을 지었다. 달달함이 입 안만이 아니라 온몸에 퍼지는 것 같았다.
with. 미카제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