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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_ 타냐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 입에 넣었을 때에 퍼지는 그 특유의 맛이 취향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그야, 살이 찐다거나 하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는 높은 칼로리를 자랑하는. 다이어트를 행할 때에는 금기나 다름없는 것이지만, 마야는 깔끔하게 그를 무시하고 잊어버리기로 했다. 맛있게 먹으면 0kcal라고 했는걸. 사실이 아닌 그저 자기합리화에 가까운 세뇌에 가까운 말을 내뱉고는 분홍빛의 사랑스런 색을 띄운 필링이 가득 들어있는 마카롱을 베어 물었다. 아, 이 행복감. 이거 때문에 끊지를 못한다니까. 사흘 전에 했던 다이어트 어쩌고 하는 생각은 이미 머릿속에서 소멸한지 오래였다. 원래 다이어트는 내일의, 내일의, 내일부터 하는 거니까. 질리지도 않는지 시럽을 아낌없이 때려박은 커피까지 손에 들고 홀짝이던 마야는 제 옆에서 조용히 자리하던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에 그제야 마카롱에 잊혔던 제 애인의 존재를 상기시켰다. 그러고 보니 오늘 수업 일찍 끝난다고 했었지. 이쪽은 공강이라 한가하고- 사실 한가했던 것 치고는 아침부터 단걸 우물거리느라 아무 생각 없이 있었지만.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양심을 찾아낸 마야는 손에 들린 마카롱을 입에 물고 옷을 갈아입고자 제 방을 향했다. 화장이야 어차피 평소에도 거의 하지 않았다지만 역시 잠옷 상태로 연인과 집에 있는 다는 전제는 미묘하니까. 사실 알림을 맞춰두지 않았다면 이마저도 양심이고 뭐고 따질 것 없이 의도치 않게 습격 받는 꼴이 되었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알림을 맞춰둔 과거의 마야양에게 치얼스. 딱히 나갈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편하고 편한 원피스씨. 애초에 가까운 곳을 돌아다닐 때 입으려고 산 옷이니까. 입던 잠옷을 세탁기 안쪽에 박아 넣고는 아침대신 ‘디저트’라 불릴 만한 것을 먹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고자 다시금 거실을 향하다, 열린 현관문 뒤로 보이는 익숙한 인영에 화들짝 놀라 그대로 주저앉았다. 비밀번호를 가르쳐줬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니 멍청하기도 하지.

 

“지금 일어났냐고 묻기에는 탁자 위쪽이 거슬리네요. 타치바나 마야양?”

“아하하…….”

 

밥 먹고 먹으라고 했지? 하여간 말을 안 들어요.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며 한숨 쉬듯 덧붙이는 말에 마야는 순순히 제 잘못을 인정했다.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반성은 하지 않았다. 또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 또한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저도 저를 믿지 못하는걸요.”

“그럼 이건 없는 걸로?”

 

손에 든 작은 상자가 뭔가 했더니 저 상표는 대학 앞의 모 디저트 가게의 상표가 아닌가. 사람이 많아 몇 번이고 가기를 망설였는데 이런 식으로 가지고 오면 행복감이 차고 넘친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의 약속은 무리인걸. 약속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부터가 못 미더운데 무슨 약속이야. 선택지를 두개 쥐어준 쿠로오를 앞에 두고, 마야는 숨겨진 선택지를 찾아내기로 했다.

 

“어허.”

 

물론 3초 만에 장렬하게 실패했지만. 운동신경도 운동신경이지만, 체격의 차이일까. 키부터가 심히 차이 난다. 고등학교 때 부터 이미 20cm가 넘게 차이 나는 키는, 남자는 늦게까지도 큰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점점 숫자가 커져버려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디저트 상자를 낚아채고자 올렸던 팔을 내린 마야에게 쿠로오는 아프지 않게 꿀밤을 먹였다. 밥 먹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걸 못해서 이 난리라니 너도 참 대단하다. 지금 제 디저트 사랑을 무시하는 거예요? 아니, 그 뜻이 아니잖아. 옅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두어 번 저은 쿠로오는 결국 금단의 질문을 행했다.

 

“나야, 디저트야.”

 

짐짓 진지해진 얼굴을 코앞에 가져다 대며 물었다. 사실 이 아가씨가 할 대답은 반쯤 정해져있지. 선택지 두 개 중 하나가 아닌, 새로운 선택지. 정확히는 그 두개를 합친 선택지라고 하는 편이 맞을까. 이게 제작자의 의도를 무시하는 플레이어인걸까. 이번 학기에 친해진 게임관련 학과의 친구 하나가 울먹이며 상담한 내용에 의도치 않게 동의해버린 쿠로오는 다시금 한숨을 뱉어냈다.

 

“쿠로오씨요.”

“그래. 디저트를 든 나……. 뭐라고?”

 

아, 호칭 바꿨으니 이게 아닌가. 웬일로 빗나간 예측에 기뻐해야 하는 부분일까. 미묘해진 쿠로오를 향해 산뜻하게 웃어 보인 마야는 말을 이었다. 제가 아무리 달달한 디저트를 사랑해도 오빠랑은 비교할게 아니죠. 약속은 저도 저를 믿지 못하니 무리지만……. 응,……. 갈수록 흐릿해지는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쿠로오는 대답이 만족스러웠다는 미래의 제가 들으면 한대 치러 올 이유를 들어 손에 들었던 디저트를 건네기로 했다. 하루 정도야 괜찮겠지. 어차피 내일부터 주말이니 제대로 챙겨 먹이면 되는 거고.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과거에 마카롱을 우물거리고 있었던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마야는 익숙하게 커피를 내리고 접시를 꺼냈다. 제 몫의 커피에는 시럽을 한 펌프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칼로리가 폭발한다는 것 정도야 잘 알고 있었지만 포기 할 수가 없는걸. 저번에 함께 보다가 결국 서로 잠들어버려 반쯤 지난 이후를 그대로 날린 영화를 틀어두고 있는 제 연인에게 커피가 든 컵을 건넨 마야는 폭신한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탓에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고- 응. 오늘은 끝까지 눈 뜨고 있을 수 있을지도. 제 옆에 앉은 연인의 어깨에 머리를 가져다 댄 마야는 눈앞으로 보이는 그의 볼에 충동적으로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정말 별 다른 이유가 없는 충동에 의한 것. 붙였다 떼는 류의 행동이었던 탓에 민망하기 짝이 없는 소리 따위도 나지 않았지만, 감촉은 제대로 있었으니까. 예상대로 옅은 웃음을 띤 얼굴로 이쪽을 돌아본다. 눈이 마주치니 앞에서 들리는 영화의 대사나 연출 소리는 아무래도 좋아져 버려서. 상체를 눌러온다. 등 뒤로 느껴지는 소파의 감촉에 눈을 감았다가 이대로 가다가는 영화의 뒤쪽은 또 다시 방치될 것 이라는 것을 상기시킨 마야는 반사적으로 어깨를 잡고 밀어내려다 마주친 눈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영화 끝까지 볼 수 있겠다는 말은 취소하기로 할까.

 

 

*

 

 

얼마나 잤을까. 분명 마지막으로 확인한 시간이 점심시간을 좀 넘긴 시간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저녁때가 넘었다. 밤에 잠이 오지 않게 생겼다. 별로, 주말이니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옆쪽에서 베개와 열렬한 사랑을 나누는 사랑스런 제 연인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나오니 방치되어 식어버린 커피가 눈에 들어왔다. 원두야 잔뜩 있으니 다시 내리면 된다지만, 시럽은 조금 아까울지도. 시답잖은 생각은 내던지고 싱크대에 컵을 내려두고는 냉장고를 열어 든 것을 확인했다. 응. 놀라울 만큼이나 들어있는 게 없군. 평소였으면 케이크도 남았겠다, 내일까지는 저걸로 버틸 텐데, 그랬다가는 와장창 유리가 깨지듯 혼날테니 그만둘까. 조용히 지갑을 챙기고 현관문을 여는 그 순간 뒤쪽에서 잔뜩 잠긴 목소리가 들린다. 자다 깬 목소리가 섹시하긴 한데- 머리 모양이 평소보다 더 화려해서 좀 깨는 감도 있고. 비싯. 하고 웃어보인 마야는 그에게 샤워를 권했다.

 

“씻고 있어요. 늦기 전에 다녀오게.”

 

냉장고가 비었더라고요. 같이 가자고 하기에는 제 머리의 상태가 어떤지 아는 쿠로오는 반쯤 감긴 눈으로 손을 흔들었다. 늦어서 어두워지기 전에 들어와. 상냥한 연인을 뒤로하고 마야는 문을 닫았다.

 

 

*

 

 

“문을 왜 다시 닫아?”

 

밖에서 자려고? 잠은 다 깬 모양의 쿠로오씨다. 얌전해진 채 덜 마른 머리칼을 봐서는 샤워를 하긴 한 모양인데 왜 상체탈의일까.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제 집의 문을 연 마야는 반사적으로 문을 닫아버렸다가 집 문을 잡고 씨름을 하고 있었다. 아니 이 추운 날씨에 왜 상체탈의 후 문 열기인데요.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제 연인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제발 옷 좀 입어주세요.

 

“어차피 다 봤,”

“화낼 거예요?”

 

그야 몸 좋은 운동하는 남친의 상체탈의는 땡큐지만- 사심을 삼켜낸 마야는 일단 이 곳이 제 집임을 이유로 쿠로오에게 먹을거리가 담긴 봉투를 건넸다. 냉동식품이 담긴 쪽으로 돌리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질색하며 식탁으로 옮기는 쿠로오를 보며 웃었다. 그러게 누가 반라로 있으라고 했나요. 이 추운 날씨에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운동하는 사람이니 몸이 튼튼하니 어쩌니 하기에는 저번에 감기에 걸린 전적이 있어 신뢰도도 바닥을 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손을 씻자마자 남아있던 마카롱을 집어먹은 마야는 그대로 머리를 한 대 맞았다.

 

“밥 먹고 먹으라고 했지?”

 

무지 티를 주워 입고 나온 쿠로오에게서 말 안 듣는 어린 아이를 타이라는 부모의 형상을 비추어 본 마야는 깔끔히 그를 무시하기로 했다. 어차피 저녁 먹고 또 주워 먹을 텐데.

 

“그러다 살찐다?”

“그거 금기어인거 몰라요?”

 

한번만 그 소리 더하면 쫓아낼 거예요. 알았어, 알았어. 그래도 적당히 먹어둬. 과한 건 좋지 않다며 말을 잇던 쿠로오를 무시한 채 봉지를 뒤적이며 메뉴를 고민하는 마야를 멍하니 응시하던 쿠로오는 이내 제 연인을 뒤에서 껴안았다. 그에 익숙하다는 듯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움직이던 마야는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귓가로 불어보는 바람에 손에 들었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손에 칼이 들려 있었으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불평이라도 할 생각으로 고개를 돌린 마야는 아까 집어먹은 마카롱의 필링 탓에 끈적끈적해진 입술에 닿는 감촉에 반사적으로 손을 복부에 박았다. 자세 상 발로 차긴 힘들었는걸.

 

“아프잖아.”

“아프라고 했거든요?”

 

입술을 핥아내는 혀에서 애써 시선을 돌리며 한 대 더 쳐줄까. 하는 생각에 빠진 마야에게 쿠로오는 얼굴에 웃음을 띄운 채 물어보지도 않은 제 취향을 이야기했다.

 

“너무 단건 별로야.”

 

달달하게 싫은 건 아니지만 과한 건 별로랄까. 순식간에 당한 스킨십과 맞지 않는 취향으로 2연타에 크리티컬까지 두들겨 맞은 마야는 끝내 그를 부엌에서 내쫓고 일정 기간의 접근금지령을 내리는 것으로 끝을 봤다.

 

“진심으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with. 쿠로오 테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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