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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_ 류현

달콤한 초콜릿, 카라멜 마끼아또, 부드러운 쉬폰 케이크, 쿠키, 푸딩. 혹은 뭐, 무난하게 쇼트 케이크 혹은 베이글. 전부 좋아하는 거였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서 디저트를, 특히 설탕이 잔뜩 들어간 달달한 그 진미를 먹지 못한다는 점에 있었다.

 

사실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 것은 자신의 욕심이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애초에 자신에게만 예쁘고 만족스럽다면 그걸로 전부 아닌가. 그래, 그래서 다이어트를 한다. 어제 문득 입어본 바지의 사이즈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허벅지에서 멈춘 바지를 망연자실하게 내려다보던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바지가 맞지 않는다면, 시급한 문제였다.

 

입을 옷이 없었다는 뜻이며, 빨리 사이즈를 되돌리지 못한다면 옷을 전부 다시 사들여야하는, 의도치도 않은 대량 지출이 발생할 예정이기에. 아무튼 그녀는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그녀의 디저트 친구인 하나마키가 슈크림을 맛있게 먹는 장면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현, 나 되게 부담스러운데.”

“신경 쓰지 마.”

“코앞에서 먹는 걸 쳐다보는데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어딨어?!”

 

한탄과도 같이 터져 나온 하나마키의 말과 함께 그녀는 주변에 있던 친구들의 손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떨어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 이 빌어먹을 금단증상. 다이어트를 하려니 이만저만 곤란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에 이렇게나 맛있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한다니. 이게 무슨 지옥과도 같은 말인가.

 

차라리 나를 죽여줘. 가늘게 새어나오는 목소리를 힘겹게 뱉어내며 책상에 엎드렸다. 책상에 턱을 대고서 앞만을 빤히 바라봤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간식을 먹을 수 없다니,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한창 먹을 욕심이 많은 나이인 고교생에게 이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현.”

 

불러온 자신의 이름에 고개를 들어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책상 위로 뭔가가 후두둑 떨어졌다. 바스락거리는 비닐 포장지가 책상에 부딪히는 소리가 잔뜩 퍼졌다. 어? 이게 무슨. 내려다 본 책상 위에는 아까 내가 먹고 싶어 했던 디저트가 잔뜩 놓여져 있었다. 이게 무슨? 책상 위로 간식거리를 잔뜩 뿌려놓은 그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츠?”

“죽을 상 하지 말고, 그냥 먹어.”

 

내가 사줄 테니까. 그렇게 말한 그는 근처에서 적당히 의자를 끌어다가 내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서는 책상의 빈 공간에 팔꿈치를 대고서 턱을 괴고서 나를 바라봤다. 입술에 걸려있는 그 웃음이, 아무리 봐도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이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만 봤다.

 

“우와, 염장? 솔로가 바로 옆에 있는데.”

“부럽냐?”

 

마츠카와가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잔뜩 비웃는 듯한 행동을 취하면 하나마키는 픽 웃으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누가 부럽대? 자신감을 보이는 하나마키의 모습에도 마츠카와는 그저 키득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뭐, 그건 그렇고 대체 이 엄청난 양의 간식은 뭔데? 슈크림, 케이크, 커피, 초콜릿, 사탕. 뭐 그런 디저트들이 책상에 잔뜩 굴러다니고 있었다.

 

“선물.”

“흐으응―, 나 다이어트 중인데?”

“하지 말고 그냥 먹으란 거지.”

 

마츠카와는 단호했다. 왜? 나한테 왜 이래. 바지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니까.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책상 위를 뒤적거리며 초콜릿 하나를 까서 내 입에 밀어 넣었다.

 

“먹고, 운동하자.”

“그거, 되게 말 안 되는 거 알지?”

“알아. 그래도 오늘은 먹어. 너 죽을 것 같이 보여 지금.”

“놀리는 거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입안에 들어온 초콜릿을 혀에 녹였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결국은 입안에 들어온 초콜릿의 달콤한 유혹에 이길 수는 없었다. 와, 진짜 좋아. 초콜릿 만세.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혀를 내어 입술을 쓸었다. 행복해. 아까와 같은 우울함은 어디로 갔는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귀엽긴.”

“알아, 내가 좀 귀엽지?”

“아, 방금 그 말 취소.”

 

너무해. 한 순간에 그렇게 말을 바꾸다니, 상처 받았어, 흑흑. 눈가를 손으로 가리고서는 우는 척을 하면 어이가 없다는 듯한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아, 정말. 그렇게 반응할 것까지야.”

“마츠카와, 너 저런 거 좀 받아주지 마.”

“아무리 나라도 저건 좀.”

“흥.”

 

빈정 상했어, 정말. 그렇게 대답하며 그의 손에 들려있던 초콜릿을 빼내어 내 손에 쥐었다. 입안에 초콜릿을 많이 넣고서 우물거리고 있으면 마츠카와는 손을 뻗어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아, 뭐야 결국은 이렇게 귀여워 할 거면서. 솔직하지 못하네! 볼을 부풀리고서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가 픽 웃으며 아프지 않게 뺨을 꼬집었다.

 

“잘 먹네.”

“마츠가 사다준 거니까.”

“그래서 더 맛있지?”

 

그의 말에 괜시리 억울해져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마츠카와는 어깨를 으쓱였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하나마키는 고개를 저었다. 아, 커플들 다 죽었으면. 문득 하나마키의 쪽에서 그런 중얼거림이 들려온 것 같았다. 슬쩍 고개를 돌려 하나마키를 바라보면 하나마키는 내 시선을 피해서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무해.”

“전혀.”

“죽었으면 좋겠다니!”

“어, 점심시간 끝나네. 나 간다.”

“도망가는 것 봐!”

 

하나마키는 서둘러 책상에서 일어나더니 다른 쪽으로 냅다 도망쳤다. 마츠카와는 그 모습을 보고서 느긋하게 웃음을 보이더니 내 뺨을 슬슬 쓸었다.

 

“맛있게 먹고, 운동하자.”

“으응.”

 

책상에 가득 놓인 간식거리를 다 먹으려면, 아마 좀 힘내야 할 것 같았다. 먹는 것도, 운동도.

with. 마츠카와 잇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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