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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왕자님 _ 샤비

"요루, 안에 있어? 지금 들어가도 괜찮아?"

 


문을 두드리던 손길의 주인공은 오토야였다. 요루미는 멍하게 책상을 보고있다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들어와.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토야는 조심스레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여러권의 책들과 종이들로 가득했다. 종이들은 죄다 악보였다. 요루미와 제일 가까이 있던 악보의 제목은 'theme of Conraty' 였는데 아마도, 방금전까지 잡고있던 악보였나보다. 악보는 두번째 마디부터 텅 비어져있었다. 나흘 전이었나,그 때 잠깐 봤을때도 두번째마디는 텅 비어져 있었는 걸 오토야는 기억해내었다. 그리고 최근에 보았던 요루미의 표정이 떠올랐다. 항상 저를 보면 환하게 웃던 얼굴이 얼마전부턴가 억지로 웃는듯한 표정이었다.마치 메마른 꽃처럼,형태는 남아있지만 말라버려서 힘없이 바람에 날라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걸로 괜찮은 걸까?'

 

오토야는 뒤로 숨긴 것에 살짝 힘을 주었다.비록 작은 것이지만,조금은 힘이 되어주고싶었다. 메마른 꽃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물이 제일 필요로 하겠지. 오늘은 따뜻한 빛보다는 너를 위한 물이 되어주고싶다.


"? 오늘은 조금, 늦었네?"
"아,그,그게 ..... 응!


막상 요루미의 앞에서 말을 하려니 마음과는 다르게 잘 나오지 않았다. 빨리 주고싶은데! 들뜬 마음과는 다르게 입은 잘 열리지 않았다. 평소라면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겠지만, 오늘은 말을 걸기가 망설여진다. 메마른 미소가 신경이 쓰여서 ,말을 걸면 더 메말라버릴 것만 같았다. 


"할말 있으면 빨리해... 나 졸려."


전혀, 졸리않은 목소리와 표정이다. 거짓말이겠지. 오토야는 뒤로 숨겼던 것을 요루미의 손에 올려놓았다. 그것을 받은 요루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까만 두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 눈동자가 너무 예뻐서, 오토야는 잠시 넋을 놓았다.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요루미는 손에 올려진 것을 한 번, 오토야를 한 번, 번갈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게 뭐야...?"
"뭐냐니, 쿠키..인데? 아, 내가 만들었어!"

 


오토야가 준 것은 투명한 포장지에 빨간색 끈으로 묶여진, 귀엽게 포장된 쿠키였다. 요루미는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었다. 포장을 뜯으면서 무언가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곧 히끅,하는 소리와 함께 눈시울도 뜨거워졌다. 요루미는 손등으로 눈가를 벅벅 문질렀다. 으,으아,울어?! 당황한 듯한 오토야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대답없이 히끅,소리를 내며 눈물을 닦아내고만 있자 그 모습을 보던 오토야가 요루미를 조심스럽게 껴안았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요 근래에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만들어봤어. 모양은 이상해도 맛은 괜찮아!"


오토야가 가볍게 요루미의 볼에 입을 맞추며 두 사람은 떨어졌다. 요루미는 쿠키를 하나 꺼내었다. 처음 손에 잡힌 것은 별모양의 쿠키였다. 별모양이라고는 해도, 끝 부분이 조금 부서져있었다. 아마도, 들고오는 사이에 부서진 것 같았다. 아, 조심해서 들고왔는데... 오토야의 탄식에 요루미는 작게 웃었다.


"잘 먹겠습니다!"


조금 떨린다면 사실이다. 처음으로 직접 만든 쿠키를, 제일 좋아하는 아이가 먹는것이니까 떨릴 수 밖에 없다. 오물오물, 몇 번 입이 움직이고나니 입 안의 쿠키가 사라졌다. 오, 맛있다! 요루미가 놀란 듯 얘기하며 오토야를 쳐다보았다. 오토야가 만든거,맞아? 고개를 가볍게 흔들자 다시 쿠키를 꺼낸다. 만든 것은 오토야 혼자서 만들었다. 그 과정에 나츠키가 개입을 하려고했지만.... 쇼였나, 나중에 말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겠다. 쿠키틀과 같이 간단한 기구만 나츠키에게 빌렸었다. 오븐이라던가.... 아, 재료도 나츠키가 도와줬었다. 여러모로 나츠키가 많이 도와줬었네. 

 

"이거 곰돌이야?"
"어? 아... 으응. 곰돌이긴 한데..."


방금 하나를 먹어치운 요루미가 또 하나를 꺼내었다. 곰돌이 모양의 쿠키였는데,그건 사연이 좀 복잡한 쿠키다. 데코레이션 할 재료가 거의 다 떨어져갈 때,마지막으로 장식한 것이었다. 초코펜이 거의 바닥이 나버려서 곰돌이의 눈 한쪽을 그리지 못했었다. 그 결과,그 쿠키는 눈이 한쪽밖에 없었다. 요루미는  물끄러미 쿠키를 보다가 풋,하고 웃었다.

 

"곰돌아, 너 눈 하나 어디갔어~?"

 

저건 분명 저를 놀리려는 말투다. '오토야군이 안 만들어줬어!' 가성으로 말 하다가 뭐가 그렇게 웃긴건지 또 웃음이 터졌다. 오랜만에 보는 웃는 얼굴에 오토야도 몰래 따라 웃었다. 활짝 핀 꽃처럼 눈부신 미소가 너무 사랑스럽다.

 

"드디어 웃었네!"
"응?"
"이렇게, 지금처럼... 환하게 웃는모습이 제일 예쁜데, 그걸 못 봤어! 며칠 동안이나!"

 


그런가? 오토야의 말에 생각을 해보니, 음, 그런 것 같다. 최근에 어떤 이유인 지는 모르겠지만 책상 앞에만 앉으면 멍 때리는 일이 많았다. 또 악보를 보면 머리가 하얗게 된다거나 무기력해지고 귀찮아지는 감도 있었다. 아, 이게 슬럼픈가? 말을 할까말까, 고민하던 요루미는 오토야에게 말하기로 했다.

 

*

 

"음... 슬럼프가 맞는 것 같네. ..그보다, 슬럼프라고 생각된다면 나한테 먼저 말해주는 게 맞지않아?"
"슬럼프를 처음 겪어서 슬럼프라곤 생각 못했지.... 그건 왜?"


고개를 살짝 들어 시선을 맞추자 오토야는 요루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기분좋은 듯 베시시 웃는 모습에 입을 맞추고 싶어진다. 으아,참아야해! 마음속으로 외치곤 요루미의 머리카락만 만지작거린다. 언제나 만져도 부드럽고 좋은 냄새가 나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 나 슬슬 가봐야할 것 같아. 이건 쿠키값으로 대신 할게!"


답지않게 대답을 회피하자 요루미가 다급하게 오토야의 팔을 잡았다. 어디가! 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요루미의 입에 짧게 입맞췄다. 쿠키 값이 조금 따뜻한 것 같다.

with. 잇토키 오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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