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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메키 메모리얼 걸즈 사이드 2nd Season _ Fle

with. 코모리 타쿠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두 잔하고 쇼콜라 나왔습니다."

 

카운터 너머의 직원이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코모리는 "내가 가져올게." 라는 말과 함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트레이를 건네받는 연인을 바라보며 미야키는 문득, 그가 처음으로 하네가사키로 편입했던 무렵을 떠올렸다. 2학년 담임선생님이었던 와카오우지의 부탁으로 하루걸러 하루 꼴로 그의 집 앞을 찾아갔지만, 그와 이렇게 연인 관계가 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당사자도 그랬는데, 주변 사람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하네가사키를 졸업 하고나서 거의 일년 만에 만난 친구들이 "그러고보니 이번 발렌타인 데이에 타쿠군한테 어떤 종류의 초콜릿을 주지." 라고 스쳐가듯 꺼낸 말에 "두 사람 사귀는 거야?! 언제부터?!" 라며 놀란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던 것이 기억을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그때 돌려줬던 대답이,

 

"뭘 그렇게 생, 생각하고 있어?"

"아, 들고 와줘서 고마워! 다른 건 아니고, 지난 발렌타인 데이에 타쿠군한테 어떤 초콜릿을 줄까. 라고 말했던게 생각이 나서."

 

그는 여전히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일에 쑥스러움을 느끼는 듯, 멋쩍음과 쑥스러움이 뒤섞인 얼굴로 미야키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연인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때 줬던 초콜릿, 나름대로 엄청 고민했었으니까!" 라며 입술을 비죽였다. 이럴 때 보면 그녀는 정말 자신과 같은 동갑인 것 같은데.

 

동갑이라고는 하나, 평소의 그녀는 언제나 자신보다 한 발자국 앞서 있는 어른 같이 느껴졌다. 하네가사키에 재학 중이던 무렵에도, 하네가사키를 졸업하고 일류대학에 같이 다니고 있는 지금에도 그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미야키는 한 살 어린 클래스메이트들과 생활하는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었다.

 

그녀가 3학년이고, 자신이 2학년일 때 같이 돌아가기로 약속했음에도 클래스메이트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천천히 먼저 걷고 있을게. 친구들이랑 헤어지고 나면 문자줘.] 라는 식으로 문자를 남기거나, 소위 연인들의 이벤트라고 말하는 생일이나 발렌타인 데이 같은 날도 최대한 그의 스케줄을 맞춰서 그녀가 찾아오곤 했다. 사실 미야키가 그렇게 배려해주는 이유를 코모리는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2학년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던 날, 와카오우지 선생님과 그녀 -그때의 그녀는 그저 자신을 학교에 데려가기 위한 학생회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앞에서 '한 살 많고, 지금까지 혼, 혼자 지내왔는데 제가 잘,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라고 스쳐가듯 말한 것을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그 점이 코모리에게 있어서 한없이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미안한 부분이었다. 혼자 남을 때면 그녀가 자신을 배려해주다가 먼저 지쳐버리는 것이 아닐까. 라고 가끔씩 생각했었다.

 

"…… 왜, 왜 그렇게 쳐다봐?"

"아니, 발렌타인 데이하니까 생각났는데. 타쿠군 말이야, 하네가사키 다니면서 같은 학년이나 후배한테 초콜릿 받아본 적 있어?"

 

그리고 미야키로부터 나온 말은 그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전혀 상관없는 말. 예상 밖의 이야기에 코모리가 "응? 무, 무슨 말이야." 라며 멋쩍은 표정으로 손끝을 매만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녀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빤히. 라고 하는 단어가 어울리는 얼굴로 그에게 시선을 고정 시킨 채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초콜릿을 '받아본 적' 있냐고. 아 그렇다고 해서, 오해는 하지마! 타쿠군이 받았냐고 묻고 있긴 하지만, 왜 받아준거냐고 묻는 건 절대로 아니니까."

 

사실 미야키가 갑작스럽게 꺼낸 말의 진의를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받아 본 적이 있냐고 물으면서 왜 받아준거냐고 묻지 않는다는건 무슨 소리지.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이지만, 사실 말을 꺼낸 당사자도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하지만 미야키는 그 질문을 취소할 마음은 없는지 "빨리 대답해줘!" 라며 코모리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후배한텐 받긴, 했는데…….”

“와! 타쿠군한테 줬단 말이지?!”

“미, 미야키.”

 

그리고 코모리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미야키는 주변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일순간 큰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에 당황한 듯, 그는 "그, 그렇게 놀라지 말고 일단 진, 진정하는게." 라며 그녀를 진정시키고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연인은 코모리의 대답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예상은 했지만 예상을 상회하는 충격이었던건지, 제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타쿠군한테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을 줬단 말이지…….”

“받, 받긴 했지만 고백은 제대로 거절했어! 그러니까 미야키가 그렇게 걱, 걱정 안 해도,”

“…… 나도 하네가사키 다닐 때 타쿠군한테 초콜릿 주고 싶었단 말이야!”

“………… 응?”

 

그리고 미야키가 꺼낸 말은 코모리도 상상하지 못한 말. 하지만 말을 꺼낸 당사자는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으로 “나도 같은 고등학생으로 초콜릿 주고 싶었는데.” 라던가 “하네가사키에 졸업생도 교복입고 등교할 수 있는 행사 같은거 안 하려나.” 라며 영문 모를 소리를 진지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사실 미야키는 그에게도 말했던 것처럼 코모리가 초콜릿을 받았다는 행동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평소의 그로 생각해보자면 초콜릿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받는 일이 있어도 제대로 거절할 것이라는 것도, 그 사람을 끝까지 배려해줄 것이라는 것도 모두 생각했던 일이었다. 다만, 미야키가 놀란 것은 본인도 말했지만 같은 고등학생일 때, 그에게 초콜릿을 주었다는 행위, 그 자체였다. …… 자신은 못 해봤는데! 치요미가 히카미한테 초콜릿 주던 행동이 얼마나 부러워보였는데! 후배 녀석들은 그걸 했단 말이지?

 

미야키는 자신이 학생회 집행부에 속해있던 무렵, “하필 오늘 사이토가 복장검사라니. 표정만 봐도 오늘 여러 명 잡히겠는데.” 라고 수 없이 이야기 듣던 표정을 지으며 얼굴에서 손을 치웠다. 갑자기 시야로 들어온 빛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그녀는 약간 눈가를 찌푸리면서도 눈앞의 연인을 쳐다보았다. 코모리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처럼 이 상황이 난처한 것인지, 여전히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가자, 타쿠군.”

“어, 어딜?”

“일단 초콜릿부터 사러가자.”

“어, 어? 쇼콜라랑 커피는 아직, 손, 손도 안 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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