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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간론파_ 로하

with. 코마에다 나기토

언제나처럼의 저녁, 설거지를 하며 언제나의 일과처럼 오늘의 디저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좋을까, 라며 작게 중얼거리며 잠시 접시를 닦던 손을 멈췄다.

푸딩은 어제 먹었고, 아이스크림은 저번 주에 다 떨어졌었지. 쑥떡은 별로 먹고 싶은 기분이 아닌데..

손가락으로 접시를 톡톡 두드리다 어제 자신의 팬에게 선물로 받았었던 유명한 제과점의 마카롱에 생각이 미쳤다. 오늘의 디저트는 그 마카롱으로 하도록 할까.

 

마모루 자신이 달콤한 디저트류라면 눈을 빛낸다는 사실은 이미 팬들 사이에선 유명한 것이어서 매번 마술 공연이 끝난 후, 축하 선물로 꽃 같은 것들보다는 초콜릿 같은 단 간식들이 선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얼마 전의 공연에서 전부터 계속 먹어보고 싶던 유명 제과점의 마카롱을 선물 받게 되었다. 오늘 후식은 그걸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나기! 마카롱 먹을래? 얼마 전에 공연 축하 선물로 받은 건데 여기 마카롱 진짜 맛있다고 들었어!"

 

일란성 쌍둥이인 자신과 정 반대로 나기는 단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목소리로 거실에 있는 나기를 불러보았다.

 

"아하하 마모루, 내가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마모루도 잘 알고 있잖아?"

"알았어 알았어. 그럼 나 혼자서 먹을게."

 

예상했던 당연한 반응이네, 라고 생각하며 다시 쌓여있는 설거지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예전에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큰 목소리로는 나기랑도, 누구와도 대화하지 못했었는데.

약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소심한 성격 탓에 말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나기의 뒤에만 꽁꽁 숨어있는 겁쟁이였었으니까.

 

나기는 언제나 빛났다. 그리고 언제나 나의 곁에서 있어줬다. 그러면서도 앞에서 나를 이끌어주었다.

언제나 옆에 나기가 붙어있었기에 나는 어느 정도 약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언제나 앞에서 나기가 나를 끌어주었으니까 이대로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못하는 것이 있다고 해도 나기가 모두 나서서 해결해주었고, 우리를 무시하던 부모님이 주시지 않던 애정도 모두 나기가 넘칠 정도로 주었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서, 언제까지나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이함의 대가였을까. 급작스럽게 불행은 우리의 곁으로 찾아왔다.

 

가족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탔다.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 부모님이지만 어째서인지 이번엔 우리도 함께 가게 되어서 마찬가지로 설레하는 나기를 껴안으며 기뻐했다.

그러나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비행기는 하이 잭을 당해버렸다. 그리고 하이잭범들은 우리의 부모님을 인질로 삼아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어버리는 걸까, 라고 생각하던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난데없이 운석이 비행기에 떨어져 하이잭범에게 명중했다. 당연하게도 비행기는 폭발에 휘말렸고 추락했다.

...나기와 그 옆에 앉아있던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운석에 휘말려 사망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기는 나의 눈앞에서 무너져버렸다.

 

내가 나기를 지켜야만 한다고 다짐한 것은 그때로부터였던 것 같다.

온통 붉은 피로 물들어버린 땅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탓이라며 울부짖는 나기의 모습이 너무나도 괴로워 보여서, 언제나 든든해 보였던 쌍둥이 형의 등이 너무나도 작아 보여서.

 

내가 형을, 나기를 지켜야 해.라는 결심을 하게 되어버렸다.

 

그 사건을 기준으로 내 성격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소극적이었던 나를 죽여버리고서는 적극적이고 쾌활한 나를 만들어냈다.

 

나기의 뒤에 숨으면 안 돼.

옛날 같은 겁쟁이가 되어서는 안돼.

이제는 내가 나기를 지켜야 하니까.

나기는 대단한 행운의 재능을 가졌으니 분명 키보가미네 학원에 가게 될 거야. 그러니까 나도 마술로서 최고가 되어서 키보가미네 학원에 가야만 해.

 

마음을 굳게 먹고 앞으로 나아갔다. 나기를 지키기 위해서. 강해져야만 했다.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하며 설거지를 끝내던 그때, 거실에서 오늘 왔던 편지를 살피던 나기가 돌연 소리를 질렀다.

 

"마모루! 키보가미네 학교에서 스카우트가 왔어! 아하하, 나는 역시 정말로 운이 좋다니까?"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해맑게 웃는 나기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자신이 얼마 전에 초고교급 매지션으로써 스카우트되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 기쁜 나머지 고무장갑을 던지고서는 나기에게 사실을 말하기 위해 거실로 달려가서 세상을 다 가진듯한 나기의 얼굴을 마주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내가 그런 희망이 가득한 학교에 갈 수 있다니! 아아... 아하하하.."

"나기, 쓰레기라고 하지 말랬지?"

 

입버릇이 되어버린 듯한 쓰레기라는 말을 해버리는 나기를 보아버리고 말았다.

곧장 마카롱을 하나 꺼내 나기의 입에 넣어버렸다.

 

"맨날 맨날 자신이 쓰레기라는 말만 하고 말이야. 나기는 쓰레기 따위가 아니야. 그러니까 이건 벌!"

 

마카롱을 입에 넣은 채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불퉁한 표정을 한껏 짓고 있는 나기를 보고 풋 하는 소리와 함께 미소 지어버렸다.

 

"나기 얼굴 정말로 웃겨!"

"하아? 마모루가 그런 걸 먹여버렸으니 당연하잖아."

"하지만 나기가 먼저 잘못했지?"

 

인정하기 싫다는듯한 나기의 복슬복슬한 머리를 한번 헝클여뜨렸다. 헝클여뜨려도 그리 변하지 않은 머리를 강아지같이 흔들어낸 나기를 보며 다시 한번 미소 짓고는 달콤한 마카롱 하나를 자신의 입에 넣었다.

 

"... 이대로 계속 평화로운 나날이 지속된다면 좋을 텐데."

 

이것은 그들이 키보가미네 학원의 77기생이 되기 한 달 전이야기. 세상이 절망으로 물들기까지 2년 전의, 평화롭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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