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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 히트맨 리본! _ 예리엘

with. 바질리쿰

바질과 예리엘이 체데프 본부를 나선 지 30분도 안 되었을 때였다. 툭, 투둑. 점심 무렵부터 갑작스레 흐려진 하늘은 기어이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도로에 짙게 퍼져가는 빗자욱에,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둘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서로를 향하던 시선을 옮겨 하늘을 흘끔 한 번, 다시 서로의 얼굴을 한 번. 당황한 것도 잠시 이내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둘의 걸음이 빨라졌다. 얼른 팔을 들어 올려 예리엘을 감싸 안은 바질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근처에 있는 카페의 천막 아래로 몸을 피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비는 조금씩 거세지고 있었다.

 

“아씨, 괜찮으십니까?”

 

천막 아래로 들어서자마자 바질이 다정한 눈으로 살피며 물었다. 그런 바질의 젖은 팔을 가볍게 털어주며 예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요. 바질은요?”

“소생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바질은 말을 잇다 말고 가만히 시선을 옮겼다. 몇 방울 땅을 적시는가 싶던 비가 어느 새 폭우로 변해있었다. 비가 오는 것 자체는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었다. 다만 오늘은…. 바질이 조심조심 그 가운데로 손을 뻗어보았다. 빗방울이 후두둑, 세차게 바질의 손바닥을 두드렸다. 손바닥을 두드리는 눅눅함이 온 몸으로 퍼지는 것만 같았다. 바질이 가라앉은 눈으로 손을 거두었다.

 

첩보 업무며 임무로 바빴던 가운데 겨우 마련한 시간이었다. 마침 둘이 함께하는 임무가 일찍 끝나고, 다음날 점심 무렵 해외 첩보 활동을 위해 공항에 가기 전까지 비는 시간. 스케줄 표를 정리하다 발견한 그 시간이 선물처럼 기뻤었다. 이에미츠에게 허락을 받고 하루하루 날짜를 세어가며, 그렇게나 설레며 기다리던 데이트 날이었는데. 줄곧 화창하다가 오늘에야 내리는 비가 얄궂었다.

 

물론 연인과 함께하는 자체만으로 행복한 시간임은 자명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자꾸만 기분이 가라앉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못내 아쉬운 얼굴로 물기가 남은 손을 한번 쥐었다 놓는 위로 따스한 온기가 와 닿았다. 바질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바질.”

“…아씨.”

 

예리엘 역시도 아쉬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한눈에 봐도 쉬이 그칠 비가 아니었다. 이 비를 뚫고 밖에서 데이트를 하는 것은 무리였다. 당장 체데프 본부로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부터 걱정해야 할 정도였으니까. 알면서도 돌아갈까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가 아쉬웠다. 이내 손등을 다독이던 예리엘의 손이 그런 바질의 손을 파고들어 깍지를 꼈다. 그리고는 힘주어 손을 꼭 잡은 예리엘이 입을 열었다.

 

“…오늘 하려던 데이트는 아껴뒀다가 다음에 할까요?”

 

대신 오늘은 본부에 돌아가서 데이트하구요. 그렇게 말하는 눈이 곱게 휘어졌다. 그러니까, 괜찮아요. 전해오는 다정한 말이 눅눅한 감정까지도 점차 덮어가는 것 같았다. 무어라 말하려던 바질이 말 대신 예리엘의 손을 마주 힘주어 잡았다.

 

“네, 꼭.”

 

바질이 다짐하듯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바로 옆의 가게에선 다양한 잡화를 판매하고 있었다. 바질은 꼭 맞잡은 손을, 반대 손으로 다정하게 두어 번 다독이고 놓았다.

 

“그럼 우산을 사올게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기다릴게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손을 흔들어 보이는 예리엘을 다정한 눈으로 한 번 더 바라본 바질이 옆의 가게로 들어섰다. 갑작스런 비에 우산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몰린 탓에 가게 안은 북적이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시간이 지체될 것 같았다. 입구 쪽을 흘끔 바라본 바질이 큰 우산을 하나 집어 들고는 줄을 섰다. 차례를 기다려 조금은 초조한 마음으로 계산을 마친 바질은 카드를 받아들자마자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 다급히 가게를 나섰다.

 

“늦어서 죄송합…!”

 

서둘러 카페 쪽으로 다가서며 예리엘을 부르려던 바질이 잠시 멈칫했다. 무언가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제 연인의 모습을 발견한 이유였다. 조심히 곁으로 걸음을 옮기며 예리엘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함께 시선을 옮기자 카페의 메인 메뉴를 안내하는 배너가 있었다. 티라미수로 유명한 카페인 듯 간단한 소개와 함께 그려진 티라미수가 꽤나 먹음직스러워보였다.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는 예리엘을 바라보는 바질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드시고 싶으십니까?”

 

왔어요? 몸을 일으켜 바질을 향해 선 예리엘이 마주 미소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질은 다정한 물음을 건넸다.

 

“잠시 들렀다 갈까요?”

“아뇨, 괜찮아요.”

 

빤히 메뉴 배너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깔끔하게 답한 예리엘은, 그러나 조금 의외인 말을 이었다. 들르고 싶다기보다는,

 

“만들어보고 싶어서요.”

 

그래서 말인데. 눈을 깜빡이는 바질에 예리엘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의 버튼을 눌러 화면을 켜보였다. 마지막으로 띄워뒀던 그대로 잠가뒀던 듯, 바로 켜지는 화면엔 레시피 페이지가 띄워져 있었다. 고개를 숙여 바라보자 페이지의 제일 위에 위치한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간단한 티라미수 만들기’

 

“같이 만들어보지 않을래요?”

 

 

 

 

 

 

“다녀왔습니다.”

“어서와요… 어머!”

 

본부로 들어서자마자 둘을 반기던 오레가노와 터메릭이 놀란 얼굴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체데프 본부에 도착한 둘의 모습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우산을 쓰고 최대한 바짝 붙어 왔다고는 해도, 비가 무섭도록 쏟아지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마 머리나 얼굴은 괜찮았지만 마트 봉투를 끌어안은 팔을 비롯해 그 아래로는 전부 젖은 채였다. 금방이라도 빗물을 뚝뚝 쏟아낼 것만 같은 모습으로 들어서는 둘에게 얼른 다가선 터메릭이 짐을 받아들었다.

 

“두 사람은 얼른 씻고 옷부터 갈아입어요. 이건 우리가 옮겨둘 테니까.”

“고마워요. 오레가노, 터메릭.”

“주방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 되겠지?”

 

터메릭의 물음에 바질과 예리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란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풋 웃을 뻔한 오레가노가 이내 엄한 얼굴을 했다.

 

“참, 머리까지 제대로 말리고 와요. 안 그러면 다시 돌려보낼 테니까.”

 

 

오레가노가 단단히 엄포를 놓은 덕에 두 사람이 주방으로 들어선 것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였다.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바질은 마트에서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려 오레가노와 터메릭이 앉아있는 테이블 쪽으로 향했고, 언제나처럼 단정하게 눈인사를 건넨 예리엘은 싱크대 옆쪽으로 다가서서 커피포트를 들어 물부터 받았다. 커피포트를 올려놓고는 잠시 고민하다 설탕이 들어있는 통을 골라낸 예리엘이 찻잔에 설탕을 덜어냈다. 티스푼이 찻잔에 부딪혀 달그락 소리를 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끓어오르고 달칵, 뒤이어 버튼이 자동으로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왜 이렇게 비가 쏟아지나 몰라.”

 

버터쿠키부터 크림치즈, 생크림, 설탕에 슈가파우더까지. 바질이 봉투에서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 정리하는 것을 바라보던 오레가노가 문득 창가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갑자기 비가 와서 데이트도 별로 못했겠네요. 얼마나 아쉬웠을지, 그 마음이 짐작이 가서 제가 더 아쉬운 마음이었다. 두 사람이 얼마나 오늘을 기다려왔는지를 그녀 또한 익히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랬다. 오레가노를 따라 시선을 옮긴 바질이 창밖에 여전히 쏟아지는 비를 잠시 바라보았다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 가던 길에 그냥 돌아왔어요. 그렇지만….”

 

괜찮습니다. 목소리에 여전히 아쉬움은 남아있었지만, 그렇게 답하는 얼굴이 퍽 개운해서 오레가노는 마음을 놓았다. 미소를 지은 채, 커피포트를 들어 올려 다른 잔에 미리 올려둔 필터 위로 물을 따르는 예리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바질을 향해 그녀가 장난스레 덧붙였다. 정말 괜찮아요? 그런 오레가노를 이어 터메릭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게. 달력에 하루하루 체크까지 해가며 기다리지 않았던가?

 

“터… 터메릭씨!”

 

그제야 고개를 돌려 붉어진 얼굴로 외치는 바질에 오레가노와 터메릭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는 사이 곁으로 다가온 예리엘이 의자를 하나 꺼내 앉았다.

 

“커피 시럽은 냉장고에 넣어뒀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아씨.”

 

바질이 흠칫 놀라며 어색하게 웃었다. 다행히 예리엘은 듣지 못한 눈치였다. 뭐라 더 말은 잇지 못하고 원망하듯 바라보는 바질의 시선에 못이기는 척 터메릭이 슬며시 시선을 옮겼다. 오레가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바질이 꺼내놓은 물건들을 보며 태연히 물었다.

 

“그런데 예리엘, 이게 다 뭐예요?”

“아, 티라미수를 만들 거예요.”

 

예리엘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답했다. 카페에서 본 티라미수가 너무 맛있어 보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만들어보고 싶다고 졸랐어요, 바질에게.”

“그래요?”

 

웃으며 답하던 오레가노가 테이블 위에서,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티라미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재료를 발견하고는 집어 들며 고개를 갸웃했다.

 

“말차 파우더가 있는데...? 이것도 티라미수 만드는 데에 쓰나요?”

“그건 코코아 파우더 대신 사용하려고요.”

“아…!”

 

그제야 알겠다는 듯 의미심장한 얼굴을 한 오레가노가 예리엘을 바라보자 예리엘이 웃으며 손가락을 입술 위에 가져다대었다. 때마침 앞치마를 집어들던 바질은 보지 못한, 둘의 비밀스러운 눈빛 교환이었다.

 

“바질은 좋겠네요.”

“네?”

 

익숙하게 앞치마를 두르고 고개를 들자마자 장난기 어린 시선을 마주한 바질이 영문을 모르고 되물었다. 당황한 얼굴로 예리엘과 오레가노를 번갈아 바라보았지만 둘 모두 대답해 줄 마음이 없이 그저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터메릭을 바라보자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작은 한숨을 내쉬다가 어설프게 앞치마를 두르는 예리엘의 뒤로 가 끈 묶는 것을 도왔다. 그런 둘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던 터메릭이 소매를 살짝 걷어 시간을 확인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이만 올라가봐야겠군.”

“아 저도요. 참 두 사람, 완성하면 꼭 보여줘요.”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요! 오레가노가 쾌활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보이고는 터메릭을 따라 일어서 주방을 나섰다. 두 사람이 가고 난 뒤에도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붉어진 얼굴이 민망해 바질은 작게 헛기침을 했다.

 

 

레시피에 적혀있던 문구 그대로, 만드는 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먼저 한 손에 보울을 하나씩 들고 또 다른 손에는 거품기를 들어, 바질은 크림치즈를 풀고 예리엘은 생크림을 거품이 보일 때까지 저었다. 그리고 크림치즈가 든 보울에 생크림을 조금씩 섞어가면서 풀어 필링을 만들고는 짤주머니에 담아두었다. 다음으론 버터 쿠키를 잘게 부숴서 투명한 틀에 쌓고, 냉장고에 넣어 식혀둔 커피시럽을 듬뿍 발랐다. 그 위에 필링을 넣고, 반복하여 층을 쌓으면 완성이었다. 그런데 짤주머니를 건네받은 예리엘이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손 위치를 바꿔가며 고쳐 잡기를 몇 번. 아씨? 의아한 듯 묻는 바질에 예리엘이 가만가만 입을 열었다. 바질.

 

“이거… 어떻게 잡으면 될까요?”

 

곤란한 목소리에 바질은 하하 웃음 짓고 말았다. 결국 예리엘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쳐 잡은 바질이 함께 필링을 짜 올렸다. 다시 잘게 부순 쿠키를 쌓고, 시럽을 바르고, 필링을 올리기를 두어 번 반복한 후 스크래퍼를 이용해 마무리까지 하자 티라미수는 제법 그럴 듯한 모양이 되었다. 둘은 뿌듯한 시선을 나누었다.

 

냉장고 앞에서 3시간가량을 기다리면서도 마냥 즐거웠다. 재료들을 정리하고도 한참 남은 시간이었지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그것도 금방이었다. 그러다 미리 맞춰둔 알람이 울리자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냉장고로 다가가 티라미수를 꺼냈다. 걱정 반, 기대 반인 시선을 교환하고는 티라미수를 테이블로 옮긴 후에, 마지막으로 말차파우더와 슈가파우더를 섞어 체에 올리고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려주자 티라미수 위로 고운 가루가 내려앉았다. 몸을 기울여 신기한 듯 바라보는 예리엘을 향해 바질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꼭 눈이 내리는 것 같죠? 예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이 오르는 따뜻한 녹차 두 잔과 녹차 티라미수 한 조각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티라미수를 한 스푼 뜬 예리엘이 그대로 먼저 바질에게 내밀었다.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던 바질이 얼떨결에 티라미수를 입에 넣었다. 달달한 티라미수가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바질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예리엘의 얼굴에도 역시 따라 미소가 지어졌다.

 

“아까 카페에서 바질을 기다릴 때 말이에요.”

 

바질이 잔잔히 미소지은 채 귀를 기울였다. 카페의 배너를 봤는데, ‘티라미수’라는 이름에는 ‘기분이 좋아지다.’, ‘기운이 나게 하다.’라는 속뜻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예리엘은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다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당장 드는 어쩔 수 없는 속상함도 날아갔으면 좋겠다. 기운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바질에게, 우리에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예리엘이 바질을 바라보며 잔잔히 웃음 지었다. 기운이 좀 났나요? 바질은 열심히 고개를 주억였다.

 

“물론입니다, 아씨.”

“다행이에요.”

 

기운내서 오늘 하려던 데이트도 다음에 꼭 해야죠. 배시시 번지는 미소가 달콤했다. 마음이 벅찼다. 바질 역시 티라미수 한 스푼을 떠서 예리엘에게 내밀었다. ‘나를 끌어올리다.’ 라는 이름의 디저트. 저 역시 같은 것을 바랐었고, 선물하고 싶었다. 함께 만드는 내내 담았던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을 알아챈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던 예리엘의 얼굴에 한층 짙은 미소가 번졌다. 아, 바질이 내민 티라미수를 입에 넣은 예리엘이 미소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런데….

 

“달력에 하루하루 표시한 줄은 몰랐어요, 바질.”

“아씨…!”

 

들으셨습니까? 얼마나 당황했던지 바질은 다급히 되묻다가 들고 있던 스푼을 떨어트릴 뻔 했다. 예리엘이 바질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기뻤어요.”

 

실은 저도 그랬거든요. 터메릭 씨가 제 달력은 미처 보지 못했던 것 같지만. 덧붙이는 말마저 달콤했다. 기다렸던 만큼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바질의 말에 예리엘이 긍정하며 살풋 웃었다. 바질도 따라 웃었다.

 

여전히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눅눅한 감정은 진작 녹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여느 날처럼 행복한, 그리고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한 달콤함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비가 오고, 계획했던 데이트는 하나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랬다. 그건 아마도 나를 끌어올린다는 이름 그대로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디저트와, 그리고 곁의 당신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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